양육비, 여성가족부, 나쁜 아빠들의 첫 신상 공개에 반응 차가운 이유는

양육비 여성가족부 나쁜 아빠들의 첫 신상 공개에 반응 차가운 이유는? https://www.bbc.com/korean/news-59677995 김효정 BBC코리아

양육비, 여성가족부, 나쁜 아빠들의 첫 신상 공개에 반응 차가운 이유는 1

이혼 후 10년 넘게 육아비를 내지 않은 친아버지 2명의 이름과 직장 등 개인정보가 19일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지난 7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개정 후 첫 명단 공개 사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희망고문”이라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모두가 기다려온 ‘신상공개’에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굴 공개 없는 신상 공개

이번에 명단 공개되기 전까지는 웹사이트 ‘배드 파더스(Bad Fathers)’의 역할이 컸다.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를 게시한 이 사이트는 미지급 사례 1000건 가까이를 해결한 곳이다.
2018년 7월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되자 “할 일을 다 했다”며 지난 10월 폐쇄됐다.

하지만 정부가 시작한 명단 공개는 배드파더스와 달랐다.
얼굴 사진이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공개된 신상정보에는 이름, 생년월일, 직업, 근무지, 양육비 채무불이행 기간, 채무금액 등만 포함됐다.
신상공개 기간은 2024년 12월까지 3년간이다.

이번 공개 대상자인 김모 씨(55)와 홍모 씨(49)의 미지급 채무액은 각각 6520만원과 1억2560에 이른다.
개정 양육비이행법 시행 이후 법원으로부터 감치명령(지급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구속)을 받고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홍모씨의 경우 이미 ‘배드파더스’에 신원이 공개됐지만 양육비를 내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구본찬 배드파더스 설립자는 “이 법의 취지가 심리적 압박을 줘 미지급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인데 누구인지 특정도 안 되는데 누가 양육비를 지급하겠느냐”고 말했다.

구씨는 직장 주소도 도로명까지 나와 있고 동명인도 많을 수 있어 체불자가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고 정보 접근도 떨어진다.

실제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까지 가려면 절차도 오래 걸리고 그만큼 시간도 걸린다.

이행명령 소송에 이어 감치명령 소송을 먼저 해야 한다.
그럼에도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으면 소명 기간인 의견 진술 기간 3개월을 거쳐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공개 목록이 적었던 이유도 이 같은 복잡하고 긴 절차 때문이라는 게 구씨의 설명이다.

구씨는 “혼자 힘들게 아이를 키우면서 생계를 유지하며 버텨온 양육자 입장에서는 어렵게 신상 공개까지 왔지만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다면 가능성 없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체불자 입장에서도 이행법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네’라는 인식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배드파더스’ 문이 닫힌 뒤 어렵게 받은 양육비가 끊긴 사례도 있다.

법 개정에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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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웹사이트 ‘배드 파더스(Bad Fathers)’의 역할이 컸다.

적용 요건은 너무 엄격하다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바뀐 조치에는 세 가지가 있다.
‘신상 공개’와 함께 ‘출국 금지’와 ‘운전면허 정지’다.

이번에 다른 양육비 미지급자 17명에 대한 조치도 이뤄졌다.

여성가족부는 신원이 공개된 체불자 외에 추가로 7명의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하고 10명의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관할 경찰서에 요청했다.

이들 17명이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 중 최대 금액은 1억536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조치에 대해서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육비 해결 단체 등은 법적 제재가 해제되는 조건이 ‘양육비 이행 시까지’가 아니라는 요건을 문제 삼고 있다.
출국금지는 6개월, 운전면허 정지는 한 번에 100일 정도까지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끝나도 해결되지 않으면 이행명령과 감치명령, 제재심의까지 같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통상 이 과정까지는 23년 정도 걸린다.

특히 법원에서 감치 명령이 나와도 실제 감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해 9월 기준 156명이 양육비 채무로 감치 명령을 받았지만 실제 감치된 사람은 30명에 그친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양육비 이행률이 높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양육비 이행을 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뿐 아니라 모든 전문 자격증까지도 모두 취소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도 복잡하지만 기간이 지나면 이것이 무효화된다는 것은 어중간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부모 사이에서도 법과 현실이 떨어져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제재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출국금지를 요청하려면 채무금액이 5000만원을 넘어야 하고 이마저도 사업 등의 목적이라면 예외가 인정된다.

이 대표는 “기준을 높이다 보니 실제 적용되는 경우는 양육비 미지급이 10년 등 꽤 오래된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며 “1~2년 정도 되는 가정은 양육비를 확보할 기회도 받지 못하고 아이들은 청년이 돼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출국금지의 경우 법무부에 기간 연장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번 명단 공개에 앞서 17일 “향후 제도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명단 공개 시 의견 진술기간 단축과 함께 출국금지 요청 요건 완화를 추진해 미성년 자녀들의 안전한 양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5년간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건수는 1만6000건을 넘지만 이행률은 35% 수준에 머물고 있다.